포스트닥 생활이 본격화되면 실험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죠. 바쁘고, 정신없고,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느낌.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달려도 정작 돌아보면 손에 남는 결과물이 적은 경우가 있어요.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포스트닥이 실험을 ‘스마트하게’ 수행하는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가장 첫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건, “계획 없는 실험은 시간 낭비다”라는 거예요.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해요.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뭔가?
예상 결과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대조군이 꼭 필요할까?
이 데이터는 미래 논문에서 어떤 그림(Figure)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다 보면, 실험의 구조와 방향이 명확해져요. 반면, 그냥 “일단 해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중간에 수정하느라 시간도 비용도 두 배 이상 들게 돼요.
특히 ‘퀵 앤 더티(quick and dirty)’로 시도하는 실험은 언뜻 결과가 나와도, 재현되지 않거나 해석이 애매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두 번째는, 데이터를 실험 전에 ‘논문 구조’로 상상해보는 것이에요.
포스트닥 연구는 논문으로 이어져야 해요. 따라서 실험을 설계할 때부터 “이건 Figure 1”, “이건 메인 데이터에 붙을 Supplementary Figure”처럼 상상해보는 연습이 중요해요. 이런 사고방식은 실험을 위한 실험이 아니라, 결과를 정리하고 완성할 수 있는 실험으로 이어지게 해줘요.
세 번째는, 검증된 시약과 조건을 먼저 철저히 확인하라는 거에요.
새로운 항체, 플라스미드, 키트 등을 사용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건 누가 쓰던 거니까 되겠지”라고 생각하다가 낭패를 보았는지 몰라요.
특히 내가 하려는 실험 시스템에서 검증된 적이 없는 조건이라면, 작은 스케일에서 먼저 테스트하고 들어가는 게 시간과 자원을 아끼는 핵심이에요.
또 한 가지, 실험에 몰입하다 보면 ‘이건 논문에 넣기엔 애매한 결과인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의외로 그런 애매한 데이터가 나중에 중요하게 쓰일 수 있어요. 그래서 실험 기록을 꼼꼼히 정리하고, 모든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습관도 반드시 들여야 해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혼자 끙끙대지 말고 실험 설계부터 멘토나 동료들과 자주 논의하는 것이에요. 같은 실험도 작은 팁 하나로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똑같은 하루 10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전략적으로 접근한 실험은 더 빠르게, 더 멀리 가요.
다음 편에서는 포스트닥이 흔히 빠지기 쉬운 ‘산만함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 즉 집중과 탐색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해 이야기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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