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학위를 마치고 포스트닥(Postdoctoral Fellow) 과정을 시작하게 되면, 모두가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게 있어요.
“나는 지금 어떤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에요. 이미 긴 시간 동안 공부하고 실험해왔는데, 그 이후에도 또 다시 몇 년을 투자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왜 하는가’와 ‘어떻게 잘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건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에요.
포스트닥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실험을 더 많이 해보는 단계가 아니에요. 오히려, 나만의 연구 주제를 잡고, 독립적인 연구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라고 보는 게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시간을 막연하게 보내기보다는, 철저하게 ‘역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어볼게요. 내가 5년 안에 교수 채용 공고에 지원하고 싶다면, 그 전까지는 어떤 걸 이뤄야 할까요? 가장 기본적으로는 1저자 논문 몇 편, 펠로우십 또는 연구비 수혜 이력, 독립 연구를 위한 프레임을 갖춘 프로젝트 정도가 필요하겠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해줄 강력한 추천서도 중요해요.
그렇다면 이걸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까요? 고임팩트 저널에 논문을 출판하려면, 평균 6개월에서 1년이 걸려요. 투고와 수정, 재심사까지 포함하면 꽤 오랜 시간이죠. 따라서 원고 작성을 Year 3.5쯤에는 시작해야 하고, 그렇다면 핵심 데이터는 그 이전까지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와요.
그래서 포스트닥 초반에는 실험 시스템을 가능한 빠르게 세팅하고 안정화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실험 조건을 완성하는 데에 시간을 다 써버리면, 정작 논문을 위한 주요 데이터를 확보할 시간이 부족해지니까요. 데이터를 쌓는 과정에서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해요. “이 실험이 어떤 그림(figure)이 될 수 있을까?”, “논문 구조 안에서 이 결과는 어디에 들어갈까?” 이런 식으로 말이죠.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실험뿐만 아니라 연구비 지원서 작성, 논문 기획, 발표 연습 등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거예요. 어느 하나만 잘해서는 독립 연구자로 인정받기 어렵거든요. 특히 연구비 수주 이력은 훗날 PI 지원할 때 큰 강점이 되기 때문에, 일찍부터 준비해두는 게 좋아요.
결국 포스트닥은 마라톤이 아니라, 설계된 경로를 따라 달리는 지적 훈련과정이에요. 눈앞의 실험에만 매몰되지 않고, 몇 년 뒤의 내가 어떤 연구자로 성장하길 원하는지를 먼저 그려본다면, 분명히 더 전략적인 움직임이 가능할 거예요.
다음 글에서는 ‘포스트닥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멘토링’에 대해 다룰게요. 어떻게 좋은 멘토를 만나고, 여러 명의 멘토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실제적인 방법을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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