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MSG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이유는 과학적 사실보다 오해와 편견이 먼저 퍼졌기 때문이에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68년에 처음 언급된 “중국 음식점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에요.
당시 미국의 한 의사가 유명한 의학 학술지에 편지를 보냈어요. 그는 “중국 음식점에서 식사한 후 목이 뻣뻣해지고, 두통과 심계항진(가슴 두근거림)을 느꼈다”고 설명했죠. 그리고 그 원인으로 간장, 술, MSG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추측했어요. 중요한 건, ‘확정’이 아닌 ‘추측’이었다는 거예요.
하지만 이 단순한 편지는 이후 언론과 대중에게 크게 주목받았고, 마치 MSG가 반드시 이런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처럼 퍼지게 됐어요. 특히 MSG는 당시 중국 요리와 자주 연관되었기 때문에, '중국 음식점에서 생긴 증상 = MSG 때문'이라는 단순화된 인식이 생긴 거죠. 이후 ‘중국 음식점 증후군’이라는 이름도 자연스레 붙었고, MSG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쥐 실험의 오해와 인간에게의 적용
이후 몇몇 쥐 실험에서 MSG를 대량 주입한 경우 뇌세포에 손상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어요. 하지만 이 실험들에는 중요한 문제가 있었어요.
사람이 절대 섭취하지 않을 정도의 극단적인 양의 MSG를 사용했어요.
먹는 것이 아닌, 주사로 직접 주입했다는 점도 현실과는 맞지 않았죠.
즉,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일반적인 수준의 MSG는 이와 같은 실험 결과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MSG에 대한 공포를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과학적 검증 – MSG는 정말 문제였을까?
이후 과학자들은 실제로 MSG가 건강에 해로운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여러 차례 진행했어요. 특히 이중 맹검(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방식을 통해 MSG의 영향 여부를 검증했는데요, 이 방식은 실험자도 실험 대상자도 어떤 음식에 MSG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아주 객관적인 검증 방법이에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부분의 실험에서 MSG 섭취와 두통, 피로, 심계항진 같은 증상 사이에는 일관된 인과관계가 없었어요. 오히려 MSG가 들어있지 않은 음식을 먹은 사람에게서도 증상이 나타난 경우가 많았고, 반대로 MSG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런 현상은 바로 노시보(nocebo) 효과로 설명됩니다. 노시보는 플라시보(placebo, 위약 효과)의 반대 개념으로, 해롭다고 믿고 먹으면 실제로 몸이 반응하는 현상이에요. 즉, MSG가 해롭다고 믿으면, 실제로는 아무 해가 없어도 몸이 반응하는 것이죠.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FDA의 입장
과학적 검증을 바탕으로 세계 주요 보건 기관들은 MSG는 일반적인 식사량에서 안전하다고 명확히 밝혔어요.
미국 식품의약국(FDA): MSG는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즉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된 물질로 분류하고 있어요.
세계보건기구(WHO) 및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MSG에 대해 별도의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설정하지 않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판단했어요.
우리나라 식약처도 MSG를 합법적인 식품첨가물로 관리하고 있고, 수많은 식품에 조미료로 널리 쓰이고 있죠.
왜 여전히 MSG를 꺼리는 사람도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MSG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왜일까요?
‘화학조미료=몸에 안 좋다’는 고정관념
MSG라는 이름이 뭔가 복잡하고 인공적인 물질처럼 들리기 때문일 수 있어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MSG의 주요 성분인 글루탐산은 토마토, 치즈, 다시마 등 천연 식재료에 원래 존재하는 아미노산이에요.
초기의 과장된 언론 보도와 공포심 조장
1960~70년대 당시에는 정보의 정확성보다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쉽게 퍼졌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거예요.
인종차별적 요소
‘중국 음식점 증후군’이라는 용어 자체가 중국계 이민자와 중국 음식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킨 용어라는 비판도 있어요. 비슷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음식들(치즈, 토마토소스 등)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유독 MSG와 중국 요리만 지목한 건 공정하지 않았죠.
지금까지 MSG에 대해 퍼진 대표적인 오해와 그에 대한 과학적 반박들을 살펴봤어요.
다음 편에서는 MSG를 현명하고 건강하게 활용하는 방법과, 여전히 남아 있는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해 팩트 체크해볼게요. 맛있는 음식의 감칠맛을 안전하고 똑똑하게 즐기는 방법, 함께 알아봐요!
'생물학 맛보기 > 음식의 생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백질] 1편 : 단백질, 왜 중요할까? (0) | 2025.04.02 |
---|---|
[MSG] 3편 : MSG, 안전하게 맛있게 – 활용법과 팩트 체크 (0) | 2025.03.31 |
[MSG] 1편 : MSG와 감칠맛 – 그 비밀은 글루탐산 (0) | 2025.03.31 |
[내장지방] 2편 : 내장지방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0) | 2025.03.31 |
[내장지방] 1편 : 내장지방, 도대체 왜 위험한 걸까? (0) | 2025.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