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자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그들이 실제로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알아내고 싶었던 적 있나요? 게다가 그 거리가 10나노미터 이하라면요?
보통 현미경으로는 절대 구별할 수 없는 거리지만, 분자 수준에서 벌어지는 생명 현상을 다루는 생물학에서는 이런 정밀한 정보가 꼭 필요해요. 이럴 때 강력한 도구가 바로 FRET, 즉 Fӧrster Resonance Energy Transfer에요.
FRET, 형광의 한계를 넘다

FRET은 간단히 말해 형광체 간 에너지 전달 현상이에요. 원래 형광이라는 건, 어떤 분자가 빛(광자)을 흡수한 뒤 다시 빛을 내는 현상이잖아요. 그런데 FRET은 조금 달라요. 여기서는 ‘도너(donor)’라는 형광체가 빛을 흡수한 후, 그 에너지를 빛을 직접 내지 않고 ‘어셉터(acceptor)’ 형광체에 넘겨주는 방식이에요.
즉, 도너는 에너지를 흡수한 뒤 스스로 빛을 내는 대신, 근처에 있는 어셉터에 그 에너지를 ‘몰래’ 넘겨주고, 어셉터가 대신 형광을 내는 거죠. 그래서 이걸 비복사(non-radiative) 에너지 전달이라고 불러요.
왜 이게 중요한가?
이 에너지 전달이 성공하려면, 도너와 어셉터가 반드시 아주 가까운 거리(1~10nm 이내)에 있어야 해요. 그래서 FRET이 일어난다는 건, 두 분자가 정말 근접해 있다는 걸 뜻해요. 단순히 형광이 보인다고 해서 결합한 건지 아닌지 모를 때, FRET 신호가 나온다면 진짜 ‘붙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FRET 효율은 거리와 방향성에 따라 달라져요. 이걸 잘 분석하면 단백질이 결합하는 정도, 구조가 변하는 정도까지 추론할 수 있답니다. 말하자면, FRET은 나노미터급 ‘분자 자’ 같은 도구인 셈이죠.
FRET이 가능하려면?

FRET이 일어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해요:
스펙트럼 중첩
도너 형광체가 내는 빛의 파장(방출 스펙트럼)과 액셉터가 받아들일 수 있는 빛의 파장(흡수 스펙트럼)이 겹쳐야 해요. 그래야 에너지가 넘어갈 수 있어요.
거리
도너와 액셉터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1~10nm 이내여야 해요. 거리가 조금만 멀어져도 FRET은 뚝 끊깁니다.
정렬
두 형광체의 ‘쌍극자 모멘트’가 적절히 정렬돼 있어야 해요. 에너지가 잘 전달되려면 입체적인 배열도 중요하다는 얘기죠.
이 세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만 FRET이 발생하고, 측정할 수 있어요.
어디에 활용될 수 있나요?

FRET은 정말 다양하게 활용돼요. 가장 대표적인 건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연구예요. 예를 들어 어떤 단백질 A와 B가 결합하는지 알고 싶다면, 각각 도너와 액셉터 형광 단백질을 붙이고, FRET이 일어나는지 측정하면 돼요.
또 단백질 구조 변화 감지,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 분석, 이온 센서 개발 등에도 많이 쓰여요. 실제로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생명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정량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현미경으로는 보이지 않는 수준의 분자 상호작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FRET은 생명과학 실험의 아주 강력한 도구예요. 단순히 형광을 ‘보는 것’을 넘어서, 그 사이의 에너지 이동을 측정하는 기술이니까요.
다음 편에서는 FRET 실험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형광 단백질 조합이 좋은지, 또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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