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 맛보기/음식의 생물학

[알코올] 1편 : 알코올의 흡수, 해독, 아세트알데하이드

단세포가 되고파🫠 2025. 4. 8. 04:54
반응형

 

 

한 잔의 맥주, 혹은 소주 한 잔. 가볍게 마셨다 해도 몸속에서는 꽤 복잡한 과정이 벌어지고 있어요. 

 

 

우리가 마신 알코올(에탄올)은 단순히 취기를 일으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 전체에 작용하며 해독 과정을 거쳐야 해요. 특히 간은 이 알코올을 분해하고 처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알코올은 어디서, 어떻게 흡수될까?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위장에서 일부, 주로 소장에서 빠르게 흡수돼요. 공복 상태에서는 흡수가 더 빠르기 때문에, 빈속에 술을 마시면 더 빨리 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흡수된 알코올은 혈류를 타고 간으로 운반되어 본격적인 대사 과정을 시작해요.


간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주요 단계


알코올이 간에 도달하면 두 단계의 주요 효소 반응을 거쳐 분해돼. 이 과정을 담당하는 효소들은 술을 얼마나 잘 해독하느냐를 결정짓는 핵심이에요.

 



1단계 – 알코올 탈수소효소(ADH)


먼저 간세포 속 알코올 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 ADH)가 등장합니다. 이 효소는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로 바꾸는데, 문제는 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굉장히 독성이 강하다는 거예요.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두통이나 메스꺼움이 나타나는 주범이죠.


이때 NAD⁺라는 보조 인자가 NADH로 바뀌면서 간세포 내 에너지 대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NADH가 쌓이면 지방산 대사가 억제되어 지방간의 위험도 커질 수 있어요.

 


2단계 –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H)


다행히도 우리 몸은 이 독성 물질을 오래 방치하지 않도록 두 번째 효소,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H)를 가동시킵니다. 이 효소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아세트산(Acetic acid)이라는 비교적 무해한 물질로 전환해요. 이후 아세트산은 몸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거나 이산화탄소와 물로 배출돼요.

 

 

이렇게 두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술이 ‘정상적으로’ 해독되는 것이죠.

 

반응형

 


하지만, 해독에는 시간이 필요해요

 


간은 뛰어난 장기지만, 알코올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어요. 보통 성인의 간은 시간당 체중 1kg당 약 0.1g의 에탄올을 분해할 수 있어요. 대략 술 한 잔(소주 1잔, 맥주 1컵) 정도를 처리하는 데 1~2시간 정도가 걸리죠. 

 

 

그래서 빠르게 술을 들이켜면, 해독 속도보다 흡수 속도가 더 빨라져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취하게 되는 거예요.



또한 술을 많이 마신 경우에는 MEOS(Microsomal Ethanol Oxidizing System)라고 불리는 대체 경로도 활성화되는데, 이때 CYP2E1이라는 간의 해독 효소가 작용해요. 다만 이 경로는 간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며, 약물 대사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에요.



얼굴 붉히는 주범, 아세트알데하이드


이 모든 과정 중에서도 핵심은 아세트알데하이드예요. 분해 속도가 느려지면 이 독성 물질이 몸에 남아 숙취를 유발하고, 얼굴을 붉히고, 간을 지치게 만들어요. 아세트알데하이드는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만큼, 가능한 한 몸속에 오래 두지 않는 것이 좋아요.

 

 


이러한 대사 과정을 이해하면, 왜 술을 천천히 마셔야 하는지, 또 왜 사람마다 술을 잘 마시는 정도가 다른지를 알 수 있어요. 그리고 바로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유전적 효소 차이랍니다. 다음 편에서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들에게 흔한 ‘술톤’의 원인, 즉 아시아 플러시 증후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