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처음 커피를 마실 때는 “정말 효과가 있다!”고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양으로는 이전만큼의 각성 효과를 못 느끼는 경험을 하게 돼요. 이것이 바로 카페인에 대한 내성(tolerance) 현상이에요.
앞서 말했듯,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해 뇌를 깨어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이 작용이 반복되면, 우리 뇌는 이에 적응하려고 하죠. 즉, 아데노신 수용체의 수를 늘리거나, 수용체의 민감도를 높여서 카페인의 차단 효과를 상쇄하려고 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같은 양의 카페인을 마셔도 예전만큼 각성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예를 들어, 처음에는 하루 한 잔의 커피로 충분하던 사람이 점점 두 잔, 세 잔을 마셔야 같은 각성감을 느끼게 되는 거예요. 연구에 따르면 하루 100mg 정도의 비교적 적은 양의 카페인 섭취만으로도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해요. 커피 한 잔에 대략 80~10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으니, 일상적인 커피 섭취만으로도 내성은 쉽게 형성될 수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카페인 의존성이 생겨요. 의존성은 말 그대로 “마시지 않으면 불편한 상태”가 되는 걸 말해요. 예를 들어 커피를 하루만 안 마셔도 두통, 졸음, 집중력 저하, 짜증 등의 금단 증상(withdrawal symptoms)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죠. 이런 증상은 보통 마지막 카페인 섭취 후 12-13일 정도 지속돼요.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커피를 마시고 “정신이 맑아진다”고 느끼는 게 실제로는 ‘카페인의 각성 효과’라기보다는, 금단 상태에서 벗어나면서 느끼는 회복 효과일 수 있다는 거예요. 즉, 카페인을 꾸준히 마시는 사람의 경우, 커피를 안 마시면 뇌 기능이 떨어졌다가, 커피를 마셔서 정상 상태로 돌아오는 거예요. 이 상태를 ‘정상’이라고 착각하는 거죠.
그렇다면 이런 내성과 의존성을 피하면서도 카페인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있어요. 바로 ‘휴지기(caffeine break)’를 갖는 거예요. 예를 들어 매일 3잔 마시던 커피를 1~2주간 1잔으로 줄이거나, 하루 이틀은 아예 디카페인 커피나 차로 대체하는 식이에요. 이렇게 하면 아데노신 수용체가 다시 원래대로 조절되면서, 카페인의 각성 효과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
또한 카페인은 필요할 때만 마시는 것이 효과를 높일 수 있어요. 예컨대 정말 졸음이 심한 날이나 중요한 회의, 시험 전날처럼 집중력이 꼭 필요한 시점에만 마시는 거죠. 그렇게 하면 뇌는 여전히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매번 커피 없이도 일상을 보내는 데 큰 불편을 느끼지 않게 돼요.
하지만 반대로, 매일 아침 자동처럼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면, 점점 양이 늘고 효과는 줄어들며, 의존성만 커질 수 있어요. 카페인은 적당히, 필요할 때만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에요.
다음 편에서는 카페인의 권장 섭취량과 안전한 활용법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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