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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실린] 2편 : 페니실린의 작용 기전, 특징, 종류

단세포가 되고파🫠 2025. 4. 4.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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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실린은 발견 당시부터 ‘기적의 약’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효과를 보였어요.

 

 

하지만 이 약이 어떻게 세균을 죽이는지, 왜 사람의 몸에는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이번 편에서는 페니실린의 작용 원리를 조금 더 쉽게, 자세하게 설명해보려고 해요.

 



우선, 페니실린은 항생제(antibiotic)라는 큰 범주에 속해요.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로, 특히 박테리아에만 작용해요.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어요. 감기나 독감처럼 바이러스가 원인인 병에 항생제를 써도 낫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페니실린은 세균의 세포벽(cell wall)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작용해요. 세포벽은 세균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일종의 방패 같은 구조인데요, 사람을 포함한 인간 세포는 세포벽이 없어요. 그래서 이 약은 세균만 선택적으로 공격하고, 우리 몸의 세포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요.

 

 



세균의 세포벽은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이라는 다당류 구조로 구성돼 있어요. 세균은 이 펩티도글리칸 층을 계속 만들어내면서 세포벽을 유지하는데, 페니실린은 그 과정에 필요한 페니실린 결합 단백질(PBP, penicillin-binding proteins)의 기능을 방해해요. 쉽게 말해, 세포벽의 벽돌을 붙이는 접착제를 없애버리는 거예요.

 



벽돌이 제대로 붙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세균은 스스로 균형을 잃고, 외부 삼투압에 의해 터져버리게 돼요. 이처럼 페니실린은 세균을 직접 죽이는 살균 작용(bactericidal effect)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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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페니실린은 구조적으로 단순한 그람양성균에 매우 효과적이에요. 그람양성균은 두꺼운 펩티도글리칸 층을 가지고 있어서 페니실린이 공격하기 좋은 구조를 갖고 있죠. 대표적인 그람양성균으로는 폐렴구균, 연쇄상구균, 디프테리아균 등이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학자들은 페니실린이 그람음성균에 대해서는 효과가 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람음성균은 바깥쪽에 하나의 막이 더 있어서, 페니실린이 세포벽까지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구조를 조금씩 바꾼 다양한 페니실린 유도체를 만들어냈어요. 그 예가 바로 암피실린과 아목시실린이에요.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일부 세균은 페니실린 분해효소(β-lactamase 또는 penicillinase)를 만들어서 페니실린을 무력화시키기도 해요. 이를 막기 위해 β-lactamase 억제제와 페니실린을 함께 처방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같은 조합이 여기에 해당돼요.

 

 



대표적인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는 다음과 같아요

페니실린 G

정맥 또는 근육 주사용. 위산에 약해 경구 복용은 어려워요.

페니실린 V

위산에 안정적이어서 경구 복용 가능해요.

암피실린/아목시실린

그람음성균까지 포괄하는 반합성 페니실린. 특히 귀염(중이염), 인후염, 요로감염 등에 자주 사용돼요.

메티실린

원래는 페니실린 분해효소에 저항성을 갖도록 개발됐지만,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아요. 대신 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인 MRSA(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가 문제로 떠올랐죠.

 

 


이처럼 페니실린은 단순히 “열나면 먹는 약”이 아니라, 세균의 구조와 생리학을 정밀하게 겨냥해서 작용하는 고도로 설계된 무기예요. 그리고 그 원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새로운 항생제들이 파생돼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약은 정확한 진단과 용도에 맞게 써야 해요. 아무 감염에나 쓰기보다는, 어떤 종류의 세균이 원인인지, 그 세균이 페니실린에 감수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 후 사용해야 가장 효과적이고, 내성 발생도 줄일 수 있어요.

 

 

 

다음 편에서는 페니실린과 내성균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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