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트나 베이커리에서 ‘글루텐 프리(Gluten-free)’라는 라벨,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시죠? 혹은 주변에서 누군가 “나 밀가루 못 먹어”라고 말하는 걸 들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밀가루’의 핵심 성분인 글루텐이 정확히 뭔지 알고 계신가요? 오늘은 우리가 자주 접하지만 잘 모를 수 있는 글루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글루텐, 사실은 ‘단백질’이에요
글루텐은 밀, 보리, 호밀 등 곡물에 자연스럽게 들어 있는 단백질의 일종이에요. 특히 밀가루에는 글루텐이 아주 풍부하게 들어 있어요. 화학적으로는 ‘글리아딘(gliadin)’과 ‘글루테닌(glutenin)’이라는 두 종류의 단백질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구조인데요, 이 둘이 물을 만나 반죽되는 과정에서 서로 엉켜서 그물망 구조를 형성하게 되죠. 이게 바로 빵 반죽을 치면 쫄깃해지고, 부풀어 오르며, 고소하고 탱탱한 식감을 주는 이유예요.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즐기는 음식 중 상당수가 글루텐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식빵, 피자 도우, 케이크, 파스타, 우동, 라면, 튀김옷, 크래커, 심지어 맥주에도 들어가죠. 글루텐은 단순한 식감뿐 아니라 빵이 부풀어 오르는 데 필요한 기포를 가두는 역할도 해서, 제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성분이에요.
모든 사람에게 해로운 걸까요?
이렇게 보시면 아시겠지만, 글루텐은 ‘화학 첨가물’이나 ‘가공식품’이 아니고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곡물 속 단백질이에요. 게다가 이 글루텐은 완전한 식물성 단백질이라, 역사적으로 많은 문화권에서 귀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왔죠. 중동, 유럽, 중앙아시아에서는 수천 년 동안 밀가루 음식이 주식이었고, 글루텐이 핵심 영양소로 활용되어 왔어요.
그래서 건강한 대부분의 사람에게 글루텐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실제로 전 세계 인구 중 약 90% 이상은 글루텐을 먹어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고, 소화에도 문제가 없죠.
그런데 왜 글루텐 프리 열풍이 불까요?
문제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글루텐이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데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셀리악병(Celiac Disease)이에요.
이 질환은 글루텐에 노출되면 면역 시스템이 자신의 소장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글루텐을 섭취할 경우 영양 흡수가 안 되고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요. 셀리악병 환자에게는 글루텐이 진짜 ‘독’과 같은 존재인 거죠.
또 어떤 사람들은 셀리악병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글루텐을 먹었을 때 속이 더부룩하고, 설사나 피로감 같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해요. 이를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증(Non-Celiac Gluten Sensitivity)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물론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요.
그 외에도 밀에 포함된 단백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밀 알레르기(wheat allergy) 환자들도 있고요. 이런 이유로 인해 “글루텐 프리”라는 식단이 필요해진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글루텐 없는 음식은 건강에 더 좋을까?
그렇다면,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글루텐을 피하면 더 건강해질까요? 글쎄요, 글루텐 자체가 해로운 성분이 아닌데다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 공급원이기도 해서, 건강한 사람이 굳이 글루텐을 피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는 글루텐 프리 제품 중 일부는 영양소가 부족하고, 맛을 보완하기 위해 설탕, 지방, 첨가물이 더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서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을 수 있어요. 또 곡물에서 글루텐만 제거한 것이 아니라 곡물 자체를 안 먹게 되면 식이섬유, 비타민 B군, 미네랄도 함께 놓치게 돼요.
정리하자면, 글루텐은 곡물 속 자연 단백질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무해한 성분이에요. 다만 특정 질환이 있는 분들(셀리악병, 밀 알레르기, NCGS 등)에게는 조심해야 할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앞으로는 단순히 ‘글루텐 프리=건강식’이라는 인식보다는, 내 몸 상태에 따라 글루텐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해요.
다음 편에서는 글루텐을 정말 피해야 하는 셀리악병이란 무엇인지, 어떤 증상과 원인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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