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텐에 대한 민감 반응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먼저 ‘셀리악병’을 떠올리지만, 모든 불편이 셀리악병 때문만은 아니에요. 실제로 검사를 해보면 셀리악병도, 밀 알레르기도 아닌데도 밀가루 음식만 먹으면 속이 불편하다는 분들이 있어요.
이럴 때 의심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증(NCGS: Non-Celiac Gluten Sensitivity)이에요.
셀리악병은 아닌데 왜 속이 불편할까요?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증은 말 그대로 셀리악병은 아니지만, 글루텐을 섭취했을 때 다양한 불편함을 겪는 상태를 말해요.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복통, 가스, 설사, 복부 팽만감 같은 위장 관련 문제는 물론, 두통이나 피로, 집중력 저하(일명 ‘브레인 포그’)처럼 전신 증상도 포함되죠.
하지만 일반적인 병원 검사에서는 셀리악병 특유의 장 점막 손상도, 밀 알레르기에 해당하는 면역 반응도 나타나지 않아요. 그래서 원인을 찾기 어려워 애매하고 답답한 경우가 많죠.
진짜 원인은 글루텐이 아닐 수도 있어요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증상들이 꼭 글루텐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에요. 밀가루에는 글루텐 외에도 여러 성분이 들어 있는데, 특히 최근 주목받는 성분은 바로 프락탄(Fructan)이라는 탄수화물이에요. 프락탄은 FODMAP(발효성 당질류)의 일종으로, 일부 사람들에게 장내 가스를 많이 발생시키고 팽만감을 유발해요.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글루텐이 아니라 프락탄을 섭취했을 때 증상이 더 심해졌다는 결과도 있어요. 이 말은 곧, 자신이 ‘글루텐에 민감하다’고 느끼는 분들 중 일부는 사실 밀 속의 프락탄 같은 성분에 반응하는 것일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확실한 진단법이 아직은 없지만, 몇 가지 시도를 통해 본인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어요.
1. 저 FODMAP 식단을 시도해보기
FODMAP이 풍부한 음식을 일정 기간 줄여보는 방법이에요. 대표적으로 밀가루, 양파, 마늘, 사과, 유제품 등을 잠시 제한하고 증상이 좋아지는지 살펴보는 거죠. 증상이 호전된다면, 문제의 원인이 글루텐이 아니라 프락탄 같은 발효성 탄수화물일 수 있어요.
2. 글루텐 프리 식단을 시험해보기
만약 FODMAP 제한으로도 뚜렷한 개선이 없다면, 일정 기간 완전히 글루텐을 끊고 몸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단, 이 방법을 쓰기 전에 반드시 셀리악병 여부를 먼저 검사하는 것이 중요해요. 글루텐 프리 식단을 먼저 시작해버리면 나중에 셀리악 검사가 위음성(false negative)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글루텐 민감증은 병일까요?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증은 아직도 연구 중인 영역이에요. 일부 학자들은 이런 반응이 심리적 영향, 즉 노시보 효과일 수 있다고 보기도 해요. “이걸 먹으면 속이 불편할 거야”라는 생각 자체가 실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분 탓”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어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글루텐을 줄이거나 끊었을 때 증상이 확실히 나아졌다고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전문가들은 NCGS를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상태로 인정하고 있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식이조절이 충분히 의미 있다고 보고 있어요.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요?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증은 셀리악병처럼 엄격하게 글루텐을 완전히 배제해야 하진 않아요. 개인의 민감도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해요.
글루텐을 아주 적게만 먹어도 증상이 나타난다면, 가능하면 완전한 글루텐 프리 식단을 고려할 수 있어요.
반면에, 소량은 괜찮고 많이 먹었을 때만 불편하다면, 밀가루 음식 섭취 빈도와 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증상 조절이 가능할 수 있어요.
정제된 밀가루(흰 빵, 과자 등)보다 통밀, 오트밀처럼 섬유질이 풍부한 곡물로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결국 중요한 건, 자신의 몸에 맞는 식습관을 찾는 거예요.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무작정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게 가장 현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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