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방의 종류와 그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먹은 지방이 몸속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에너지나 체지방으로 활용되는지를 살펴볼 차례예요. 삼겹살, 올리브유, 견과류 등 다양한 식품 속 지방이 소화되고 흡수되어 대사되는 과정을 따라가 봅시다.
1. 지방의 소화는 어디서 시작될까요?

지방은 입에서 씹는다고 해서 잘게 분해되지 않아요. 대부분의 소화는 소장에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지방은 물에 녹지 않는 소수성 물질이기 때문에, 효소만으로는 분해가 잘 되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 몸은 이를 유화(emulsification) 시켜주는 특별한 물질을 동원하는데요, 그것이 바로 담즙(bile)입니다.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져 쓸개(담낭)에 저장되어 있다가, 지방이 들어오면 소장으로 분비돼요.
담즙의 담즙산은 지방을 아주 작은 입자로 쪼개 지방구(지방방울) 형태로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잘게 쪼개진 지방구는 췌장(이자)에서 분비된 리파아제(lipase)라는 효소에 의해 지방산과 모노글리세라이드로 분해돼요.
2. 흡수와 운반: 분해된 지방은 어디로 갈까요?

소장에서 분해된 지방산과 모노글리세라이드는 미셀(micelle)이라는 작은 구조로 형성되어 소장 세포의 막으로 이동합니다.
이들은 소장 세포 내로 흡수된 후, 다시 중성지방(triglyceride)으로 재조립돼요.
이후 키로미크론(chylomicron)이라는 지질 단백질 입자에 싸여 림프계 → 혈액을 통해 간, 근육, 지방세포 등 다양한 조직으로 이동해요.
키로미크론은 식사 후 혈중에 많아지고, 이것이 바로 식후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는 이유예요.
3. 지방의 저장: 쓰고 남은 지방은 어떻게 될까요?

만약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면, 지방은 지방세포(지방조직)에 저장됩니다. 우리 몸은 여분의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인 형태인 중성지방으로 보관해요.
지방 1g당 9칼로리라는 높은 에너지 밀도로 인해, 아주 적은 부피로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요.
피하지방(피부 아래)은 체온 유지와 외부 충격 보호 역할도 하고,
내장지방(복부 장기 주변)은 호르몬 분비와 면역 반응에도 영향을 줘요.
그러나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비만, 지방간, 인슐린 저항성, 심혈관 질환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즉, 지방은 필요하지만 과하면 독이 되죠.
4. 지방의 대사와 연소: 에너지로 어떻게 바뀔까요?

운동 중이거나 공복 상태일 때, 몸은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해요. 이때 중요한 작용이 바로 지방의 분해(lipolysis)입니다.
지방세포에 저장된 중성지방이 호르몬(예: 글루카곤, 아드레날린)의 신호로 분해돼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 FFA)과 글리세롤로 나뉘어요.
유리지방산은 혈류를 타고 근육이나 간으로 이동하고,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베타산화(beta-oxidation) 과정을 통해 ATP로 전환돼요.
이때 탄수화물의 보조적인 존재도 필요해요. 왜냐하면 지방이 완전히 에너지원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크렙스 회로(시트르산 회로)가 잘 돌아가야 하는데, 이 회로를 작동시키는 데는 탄수화물 대사 산물인 옥살로아세트산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고전 생리학에서는 “지방은 탄수화물의 불꽃 위에서 탄다”라는 표현도 있어요.
5. 케톤체와 지방 대사: 탄수화물 없이도 살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거의 섭취하지 않으면(예: 케토제닉 식단, 금식 상태), 간에서는 지방을 태워서 케톤체(ketone bodies)를 만들어내요. 케톤체는 뇌, 근육, 심장 등의 장기에서 포도당을 대신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쓰입니다.
이런 상태를 케토시스(ketosis)라고 부르고,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이 메커니즘을 활용해 지방 연소를 극대화하는 전략이에요.
하지만 케토시스 상태가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거나 당뇨병 환자에게서 일어날 경우, 케톤산증(ketoacidosis)이라는 위험한 상태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해요.
우리가 먹는 지방은 단순히 살로 가는 게 아니라, 아주 정교한 과정을 통해 에너지로 쓰이거나, 필요할 때를 대비해 저장되는 똑똑한 자원이에요. 담즙과 효소의 도움으로 소화되고, 키로미크론으로 운반되어, 쓰일 곳에서 에너지를 만들거나 저장되며, 상황에 따라 케톤체까지 생성하죠.
중요한 건 ‘지방은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다만 어떤 지방을, 얼마나, 언제 섭취하느냐가 건강을 좌우하는 열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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