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전자 원자에서는 수소 원자와 달리 오비탈의 에너지가 주양자수 n만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같은 n 안에서도 s, p, d, f 오비탈의 에너지가 달라지고, 일반적으로 같은 껍질에서는 s < p < d < f 순서로 에너지가 높아져요. 이 차이는 가리움 효과와 침투 효과 때문이었죠.
이제 이 에너지 순서를 바탕으로 실제 원자 안에 전자가 어떻게 들어가는지 살펴볼 차례예요. 원자의 전자배치는 단순히 전자를 빈칸에 넣는 문제가 아니에요. 어떤 오비탈부터 채울 것인지, 한 오비탈에 전자를 몇 개까지 넣을 수 있는지, 에너지가 같은 오비탈이 여러 개 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채울 것인지가 모두 정해져 있어요.
이 규칙들을 이해하면 주기율표가 왜 지금과 같은 모양을 가지는지도 자연스럽게 연결돼요.
전자는 낮은 에너지 오비탈부터 채워져요
원자 안의 전자는 가능한 한 안정한 상태를 가지려고 해요. 에너지가 낮을수록 더 안정하므로, 전자는 낮은 에너지 준위의 오비탈부터 차례대로 채워져요. 이를 쌓음 원리라고 해요.
쌓음 원리의 핵심은 간단해요.
전자는 에너지가 낮은 오비탈부터 들어간다.
다전자 원자에서 오비탈 에너지 순서는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돼요.
1s → 2s → 2p → 3s → 3p → 4s → 3d → 4p
이 순서에서 주의할 점은 4s가 3d보다 먼저 나온다는 거예요. 단순히 n만 보면 3d가 4s보다 먼저 채워질 것 같지만, 다전자 원자에서는 침투 효과와 가리움 효과 때문에 4s가 3d보다 낮은 에너지를 가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실제 전자배치를 쓸 때는 3p 다음에 4s가 먼저 채워지고, 그다음 3d가 채워져요.
이 순서는 주기율표의 구조와도 이어져요. 1s가 채워지는 첫 번째 주기, 2s와 2p가 채워지는 두 번째 주기, 3s와 3p가 채워지는 세 번째 주기, 그리고 4s와 3d가 관여하는 네 번째 주기가 만들어지는 식이에요.
파울리 배타 원리
전자배치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규칙 중 하나가 파울리 배타 원리예요.

파울리 배타 원리는 하나의 원자 안에서 두 전자가 네 가지 양자수를 모두 똑같이 가질 수 없다는 원리예요. 전자의 상태는 n, l, ml, ms 네 양자수로 표현할 수 있어요.
n은 주양자수, l은 각운동량 양자수, ml은 자기 양자수, ms는 스핀 양자수예요.
같은 오비탈에 들어간 전자들은 n, l, ml이 같아요. 예를 들어 1s 오비탈에 들어 있는 전자들은 모두 n = 1, l = 0, ml = 0을 가져요. 그렇다면 두 전자가 같은 1s 오비탈에 들어가려면 마지막 양자수인 ms가 달라야 해요.
스핀 양자수 ms는 +1/2 또는 -1/2 두 값만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하나의 오비탈에는 최대 두 개의 전자만 들어갈 수 있고, 그 두 전자는 반드시 서로 반대 스핀을 가져야 해요.
이것이 우리가 오비탈 상자에 전자를 그릴 때 ↑↓처럼 표시하는 이유예요. 같은 칸 안에 전자 두 개가 들어갈 수는 있지만, 둘 다 ↑↑로 들어갈 수는 없어요. 같은 오비탈에 있는 두 전자가 같은 스핀을 가지면 네 양자수가 모두 같아져서 파울리 배타 원리에 어긋나요.
헬륨 원자의 전자배치
헬륨 원자는 전자 2개를 가지고 있어요. 가장 낮은 에너지 오비탈은 1s이므로 두 전자는 모두 1s 오비탈에 들어가요. 그래서 헬륨의 전자배치는 다음과 같아요.
He: 1s²
여기서 1s²의 의미는 1s 오비탈에 전자가 2개 들어 있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이 두 전자는 같은 상태가 아니에요. 공간 파동함수만 보면 둘 다 1s 오비탈에 있으므로 같아 보일 수 있어요.
ψ(r₁, r₂) = ψ1s(r₁)ψ1s(r₂)
이 표현은 전자 1과 전자 2가 모두 1s 공간 오비탈에 있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전자의 완전한 상태를 표현하려면 공간 부분만으로는 부족해요. 스핀 상태도 포함해야 해요.
전자 하나의 전체 상태는 다음처럼 생각할 수 있어요.
ψ = ψspace · ψspin
즉 전자의 파동함수는 공간적인 부분과 스핀 부분을 함께 가져야 해요.
헬륨의 두 전자가 모두 1s 오비탈에 들어가려면 공간 상태는 같아도 되지만, 스핀은 서로 달라야 해요. 따라서 허용되는 스핀 배치는 ↑↓ 또는 ↓↑예요. 반면 ↑↑나 ↓↓처럼 같은 스핀을 가지는 배치는 허용되지 않아요.
그래서 헬륨의 1s² 전자배치는 단순히 전자 2개가 같은 칸에 들어갔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공간 오비탈 안에서 서로 반대 스핀을 가진 전자 2개가 짝을 이룬 상태라는 뜻이에요.
서로 다른 오비탈에 있으면 스핀이 꼭 반대일 필요는 없어요
파울리 배타 원리는 두 전자가 네 양자수를 모두 같게 가질 수 없다는 원리예요. 따라서 두 전자가 서로 다른 오비탈에 있다면 이미 n, l, ml 중 하나 이상이 달라요. 이 경우에는 스핀이 같아도 네 양자수가 모두 같아지지 않아요.
예를 들어 들뜬 헬륨 원자를 생각해 볼게요.
He*: 1s¹ 2s¹
이 경우 한 전자는 1s에 있고, 다른 전자는 2s에 있어요. 두 전자는 주양자수 n이 달라요. 1s 전자는 n = 1이고, 2s 전자는 n = 2예요.
따라서 두 전자는 스핀이 같아도 허용돼요. 1s에 ↑, 2s에 ↑가 있어도 되고, 1s에 ↑, 2s에 ↓가 있어도 되고, 반대로 ↓↑ 또는 ↓↓도 모두 파울리 배타 원리만 놓고 보면 허용돼요.
중요한 것은 “같은 오비탈에 들어간 두 전자는 반드시 반대 스핀”이라는 점이에요. 서로 다른 오비탈에 들어간 전자들은 스핀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어요.
훈트 규칙
에너지가 같은 오비탈이 여러 개 있을 때는 또 다른 규칙이 필요해요. 대표적인 예가 p 오비탈이에요. p 부껍질에는 px, py, pz 세 개의 오비탈이 있고, 같은 부껍질 안에서는 이 세 오비탈의 에너지가 같아요.
이처럼 같은 에너지를 가지는 오비탈을 축퇴 오비탈이라고 해요.
훈트 규칙은 축퇴 오비탈에 전자가 채워질 때, 전자들이 먼저 가능한 한 홀전자 수가 최대가 되도록 따로따로 들어간다는 규칙이에요. 그리고 이때 스핀은 같은 방향으로 맞추는 것이 더 안정해요.
예를 들어 탄소의 전자배치를 생각해 볼게요. 탄소는 원자번호 6이므로 전자 6개를 가져요.
낮은 에너지부터 채우면
1s² 2s²
까지 전자 4개가 들어가요. 남은 전자 2개는 2p 오비탈에 들어가야 해요. 2p 오비탈은 세 개가 있으므로, 전자 2개를 같은 p 오비탈에 짝지어 넣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p 오비탈에 하나씩 넣어요.
그래서 탄소의 2p 전자는 보통 다음처럼 표현돼요.
2p: ↑ ↑ _
즉 홀전자 2개가 생겨요. 이것이 훈트 규칙에 따른 배치예요.
산소처럼 2p에 전자가 4개 들어가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먼저 세 개의 p 오비탈에 전자 3개가 하나씩 들어가고, 네 번째 전자가 그중 하나에 짝을 이루며 들어가요.
2p: ↑↓ ↑ ↑
이런 식이에요.
훈트 규칙은 원자의 자기적 성질과도 연결돼요. 홀전자가 많으면 원자는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어요.
전자배치 쓰는 법
전자배치는 오비탈이 채워지는 순서를 따라 전자를 배치한 표현이에요. 예를 들어 수소는 전자 1개를 가지므로 가장 낮은 1s 오비탈에 전자 1개가 들어가요.
H: 1s¹
헬륨은 전자 2개가 모두 1s에 들어가요.
He: 1s²
리튬은 전자 3개를 가져요. 1s에 2개가 들어가고, 남은 1개는 2s에 들어가요.
Li: 1s² 2s¹
베릴륨은 전자 4개이므로
Be: 1s² 2s²
가 돼요.
이제 붕소부터는 2p 오비탈이 채워지기 시작해요.
B: 1s² 2s² 2p¹
C: 1s² 2s² 2p²
N: 1s² 2s² 2p³
O: 1s² 2s² 2p⁴
F: 1s² 2s² 2p⁵
Ne: 1s² 2s² 2p⁶
네온은 2p까지 완전히 채워진 상태예요. 이런 닫힌 껍질 구조는 매우 안정한 전자배치와 관련이 있어요. 그래서 비활성 기체들이 일반적으로 반응성이 낮은 이유를 전자배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전자배치와 주기율표의 블록
주기율표에서는 전자가 어떤 오비탈에 채워지는지에 따라 구역이 나뉘어 있어요.

s 오비탈이 채워지는 구역을 s-block이라고 해요. 주기율표의 왼쪽 두 열이 여기에 해당해요. 수소와 헬륨은 조금 특별하지만, 일반적으로 알칼리 금속과 알칼리 토금속이 s-block에 들어가요. 예를 들어 Li는 2s¹, Be는 2s², Na는 3s¹, Mg는 3s² 전자배치를 가져요.
p 오비탈이 채워지는 구역은 p-block이에요. 주기율표의 오른쪽 여섯 열이 여기에 해당해요. B부터 Ne까지, Al부터 Ar까지가 대표적이에요. p 부껍질에는 오비탈이 3개 있고, 각 오비탈에 전자 2개씩 들어갈 수 있으므로 총 6개의 전자를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p-block은 한 주기에서 6칸을 차지해요.
d 오비탈이 채워지는 구역은 d-block이에요. 전이금속들이 여기에 속해요. Sc부터 Zn까지가 대표적인 3d 전이금속 원소들이죠. d 부껍질에는 오비탈이 5개 있고, 총 10개의 전자를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d-block은 한 주기에서 10칸을 차지해요.
f 오비탈이 채워지는 구역은 f-block이에요. 란타넘족과 악티늄족이 여기에 해당해요. f 부껍질에는 오비탈이 7개 있고, 총 14개의 전자를 받을 수 있어요.
이렇게 보면 주기율표의 모양은 오비탈의 개수와 직접 연결돼요.
s는 1개 오비탈이므로 2칸.
p는 3개 오비탈이므로 6칸.
d는 5개 오비탈이므로 10칸.
f는 7개 오비탈이므로 14칸.
주기율표가 지금처럼 길쭉한 모양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전자배치에 있어요.
주기율표의 기본 구조

주기율표는 원소들을 원자번호 순서대로 배열한 표예요. 원자번호는 핵 속 양성자 수이고, 중성 원자에서는 전자 수와 같아요. 따라서 원자번호가 하나씩 증가한다는 것은 전자가 하나씩 추가된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전자가 추가될 때 아무 곳에나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본 쌓음 원리와 파울리 배타 원리, 훈트 규칙에 따라 특정 오비탈에 들어가요. 그래서 원자번호 순서대로 원소를 배열하면, 비슷한 전자배치를 가지는 원소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돼요.
이 반복성이 주기율이에요.
주기율표의 가로줄을 주기라고 해요. 같은 주기에 있는 원소들은 전자가 같은 큰 껍질을 채워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주기율표의 세로줄은 족이라고 해요. 같은 족에 있는 원소들은 최외각 전자배치가 비슷하기 때문에 화학적 성질도 비슷하게 나타나요.
예를 들어 1족 원소들은 대체로 ns¹ 전자배치를 가져요. Li는 2s¹, Na는 3s¹, K는 4s¹ 형태예요. 최외각에 s 전자 1개를 가지기 때문에 비슷한 화학적 성질을 보여요.
18족 원소들은 최외각 껍질이 채워진 안정한 전자배치를 가져요. He는 1s²이고, Ne은 2s²2p⁶, Ar은 3s²3p⁶이에요. 그래서 대체로 반응성이 낮아요.
주족 원소와 전이 원소
주기율표에서 s-block과 p-block 원소들을 주족 원소라고 해요. 주족 원소들은 족 번호와 최외각 전자 수의 관계가 비교적 뚜렷해요. 그래서 같은 족 원소들이 비슷한 화학적 성질을 보이는 경향이 강해요.
예를 들어 17족 할로젠 원소들은 최외각에 전자가 7개 있어요. 전자 하나를 더 얻어 비활성 기체와 비슷한 전자배치를 만들려는 경향이 강하죠. 그래서 F, Cl, Br 같은 원소들은 비슷한 반응성을 보여요.
전이 원소는 주로 d-block 원소를 말해요. 전이금속에서는 d 오비탈이 불완전하게 채워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화학 반응에서 가장 바깥쪽 ns 전자가 1개 또는 2개 관여하는 경우가 많고, d 전자의 채움 정도가 복잡하게 영향을 줘요.
전이금속은 같은 족에 따른 화학적 성질 차이가 주족 원소만큼 단순하게 나타나지 않아요. 오히려 여러 전이금속들이 금속 광택, 전기전도성, 다양한 산화수, 착화합물 형성 같은 공통적인 금속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f-block 원소들도 비슷하게 f 오비탈이 채워지는 원소들이고, 주기율표 아래쪽에 따로 빼서 표시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는 표를 보기 편하게 만들기 위한 배치이기도 해요.
전자배치가 주기율을 만든다
주기율표에서 원소들의 성질이 반복되는 이유는 전자배치가 반복되기 때문이에요. 원자번호가 증가하면서 전자가 하나씩 추가되고, 이 전자들이 오비탈에 규칙적으로 채워지면서 비슷한 최외각 전자배치가 반복돼요.
같은 족 원소들이 비슷한 성질을 보이는 이유도 최외각 전자 수가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화학 반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자는 보통 최외각 전자, 즉 원자가전자예요. 원자가전자의 수와 배치가 비슷하면 결합 방식이나 이온 형성 경향도 비슷해져요.
결국 주기율표는 양자수, 오비탈, 전자배치 모두와 관련된 정교한 정리표인거죠.
이번 글의 핵심 정리
전자는 낮은 에너지 오비탈부터 채워져요. 이를 쌓음 원리라고 해요. 다전자 원자에서 일반적인 오비탈 채움 순서는 1s → 2s → 2p → 3s → 3p → 4s → 3d → 4p처럼 나타나요.
파울리 배타 원리에 따르면 두 전자는 네 양자수 n, l, ml, ms를 모두 같게 가질 수 없어요. 따라서 하나의 오비탈에는 최대 두 전자만 들어갈 수 있고, 그 두 전자는 반드시 반대 스핀을 가져야 해요.
훈트 규칙에 따르면 같은 에너지를 가지는 축퇴 오비탈에는 전자가 먼저 하나씩 들어가며, 홀전자 수가 최대가 되는 배치가 안정해요.
전자배치는 주기율표의 구조와 직접 연결돼요. s 오비탈이 채워지는 s-block, p 오비탈이 채워지는 p-block, d 오비탈이 채워지는 d-block, f 오비탈이 채워지는 f-block이 만들어지고, 이 구조가 주기율표의 전체 형태를 결정해요.
주기율표는 원소를 원자번호 순서로 배열한 표이며, 비슷한 화학적·물리적 성질이 반복되어 나타나요. 가로줄은 주기, 세로줄은 족이에요. 같은 족의 원소들은 최외각 전자배치가 비슷하기 때문에 화학적 성질도 비슷해요.
주족 원소는 s, p 구역 원소들이고, 전이 원소는 주로 d, f 구역 원소들이에요. 주족 원소는 족 번호에 따른 원자가전자 수와 화학적 성질의 관계가 비교적 뚜렷하고, 전이금속은 불완전하게 채워진 d 오비탈 때문에 금속적인 성질과 다양한 산화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전자배치를 이해하면 주기율표가 원자 안 전자들이 오비탈에 채워지는 규칙의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전공 정리 > 일반화학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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