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고기는 도축되는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상태로 들어가요. 살아있을 때의 근육이 아니라, 점점 식육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시작되는 거죠. 이 과정을 축산가공학에서는 사후변화라고 해요.
이 파트는 진짜 중요해요. 왜냐하면 고기의 품질, 맛, 색, 식감이 대부분 이 사후변화 과정에서 결정되기 때문이에요. 이번 글에서는 전체 흐름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도록, 도축 직후부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순서대로 풀어볼게요.
생체항상성이 깨지면서 모든 변화가 시작돼요
살아있는 동물의 근육은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해요. pH, 온도, 산소, 에너지 같은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면서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데, 이걸 생체항상성이라고 해요.
그런데 도축이 이루어지는 순간, 이 균형이 완전히 깨져요.
산소 공급이 끊기고, 혈액을 통한 영양 공급도 멈추고, 신경과 호르몬의 조절도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아요. 이때부터 근육 안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동시에 시작돼요.
이 변화들 중 일부는 고기의 품질을 좋게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저장 중에 변질이나 산화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혈액순환이 멈추는 순간이 전환점이에요

도축 후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혈액순환의 중단이에요.
혈액순환이 멈추는 순간부터 근육은 더 이상 살아있는 조직이 아니라, 점점 식육으로 전환되는 단계에 들어가요.
초기에는 아직 에너지가 조금 남아 있기 때문에 일정 시간 동안은 제한적인 대사가 계속 이루어져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원이 점점 고갈되기 시작해요.
이 과정에서 이후에 배우게 될 사후강직, 숙성 같은 중요한 변화들이 이어지게 돼요.
산소가 없기 때문에 대사 방식이 바뀌어요
살아있는 상태에서는 근육이 산소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만들어내요. 그런데 도축 후에는 산소 공급이 완전히 끊기기 때문에, 이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아요.
그래서 근육은 혐기적 대사, 즉 산소 없이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전환돼요.
이때 사용되는 에너지원이 바로 글리코겐이에요. 글리코겐이 분해되면서 ATP를 만들어내고, 동시에 젖산이 생성돼요.
젖산이 쌓이면서 pH가 내려가요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하나 생겨요. 바로 pH 감소예요.

생성된 젖산이 근육 안에 계속 쌓이면서, 근육의 pH가 점점 낮아지게 돼요.
도축 직후에는 pH가 약 7.0 정도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약 5.3~5.7 정도까지 내려가요.
이 pH 변화는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라,
고기의 색
보수력
질감
미생물 성장
이 모든 것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예요.
ATP는 계속 줄어들어요
근육은 도축 후에도 ATP를 계속 사용해요. 체온을 유지하고, 세포 구조를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문제는, ATP를 만드는 능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거예요.
초기에는 크레아틴 인산이나 해당작용을 통해 ATP가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글리코겐이 고갈되고 ATP도 점점 줄어들어요.
이 ATP 감소는 이후 사후강직으로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돼요.
도축 후에는 오히려 온도가 올라갈 수도 있어요
이건 조금 의외일 수 있는 부분인데요, 도축 후에는 오히려 근육 온도가 잠시 올라갈 수도 있어요.

살아있을 때는 체내에서 발생한 열이 혈액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요. 그런데 도축 후에는 혈액순환이 멈췄기 때문에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해요.
게다가 해당작용 같은 대사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면서, 근육 내부 온도가 상승하게 돼요. 이걸 도축열이라고 해요.
이 온도 변화는 이후 pH 변화와 함께 고기 품질에 큰 영향을 줘요.
온도와 pH는 같이 움직여요
온도와 pH는 서로 독립적인 요소가 아니라, 함께 영향을 주고받아요.
예를 들어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pH가 빠르게 내려가면, 단백질 변성이 더 쉽게 일어나고 품질이 나빠질 수 있어요.
그래서 도축 후에는 빠르게 냉각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해요. 이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육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요.
지금까지 내용을 한 번 흐름으로 정리해보면 이렇게 이어져요.
도축 → 생체항상성 붕괴 → 혈액순환 중단 → 산소 공급 중단 →
혐기적 대사 시작 → 젖산 축적 → pH 감소 → ATP 감소 → 온도 변화
이 모든 과정이 연결되면서 근육은 점점 식육으로 변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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