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5.2 : Class 1 CRISPR 시스템
CRISPR 기술이 처음 주목받을 때부터 줄곧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Cas9이었죠. Cas9은 Class 2 시스템에 속하지만, 실제 자연계에서는 Class 1이 훨씬 더 많아요. 박테리아의 90% 이상, 고세균에서는 거의 전부가 Class 1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실험실에서는 Class 1을 잘 쓰지 않아요. 왜냐면 Class 1은 여러 개의 단백질로 구성된 Cascade 복합체가 필요해서, 이걸 세포 내에서 제대로 발현시키는 게 어렵거든요. 그래도 최근에는 Class 1을 연구하고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어요. 그중 대표적인 타입 세 가지를 소개해볼게요.
Type I : Cas3로 DNA를 통째로 잘라버려요
Type I은 Class 1에서 가장 흔한 시스템이에요. 핵심은 Cas3라는 단백질이에요. Cas3는 헬리케이스와 뉴클레아제 역할을 동시에 해요. 쉽게 말해, DNA를 풀어헤치고 자르는 능력을 함께 가진 도구죠. 그래서 이 시스템은 특히 큰 DNA 조각을 삭제하거나 파괴하는 데 유용해요.
Cascade 복합체가 먼저 타깃 DNA에 결합하고, 그 다음 Cas3가 호출돼서 작업을 수행해요. 만약 Cas3를 제외하면, 이 시스템은 CRISPR 기반 트랜스포제이스(CAST)로 변신해서 원하는 위치에 DNA 조각을 집어넣을 수도 있어요.
Type I은 A부터 G까지 총 7개의 서브타입이 있고, 각각 Cascade 복합체의 구성 요소가 조금씩 달라요. 예를 들어 Type I-E는 Cas5, Cas6, 여러 개의 Cas7, 그리고 Cas8, Cas11로 구성돼요.
Type III : RNA와 DNA를 동시에?
Type III는 CRISPR 시스템 중 가장 복잡하다고 평가받아요. Cas10이라는 중심 단백질이 작동하며, 특이하게도 DNA와 RNA를 모두 타깃할 수 있어요. 정확히는 RNA를 인식하고 DNA를 절단하는 방식이 주요 기전으로 알려져 있어요.
III-A부터 III-F까지 여섯 개의 서브타입이 존재하고, 구성 단백질도 다양한데, 아직까지 그 메커니즘이 완벽하게 밝혀지진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에 등장한 Cas7-11이라는 단백질은 눈여겨볼 만해요. 이 단백질은 Class 1에 속하지만 특이하게도 단일 단백질로 작동하고, RNA만을 타깃해요. Cas13과 유사하지만, Class 1 출신이라는 점이 흥미롭죠. 이 덕분에 Cas7-11은 RNA 편집 기술로 주목받고 있어요.
Type IV : 기능도 구조도 미스터리
Type IV는 그야말로 미스터리한 시스템이에요. IV-A, IV-B, IV-C라는 서브타입이 있는데, 대부분 기존 CRISPR 시스템의 필수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예를 들어 IV-A와 IV-B는 뉴클레아제도 없고, 적응 단계에 필수적인 Cas1, Cas2도 없어요. 즉, 새로운 바이러스 정보를 CRISPR 배열에 삽입할 수도 없고, 정확히 뭘 하는지도 잘 몰라요.
한 가지 특이한 점은, Type IV 시스템은 플라스미드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연구자들은 Type IV가 플라스미드끼리 경쟁할 때 상대 플라스미드를 무력화시키는 데 쓰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어요.
비록 Class 1 CRISPR 시스템은 아직까지 실험실에서 널리 쓰이지 않지만, 그 기능의 다양성은 무시할 수 없어요. 특히 Cas3의 강력한 DNA 절단력, Cas10의 이중 타깃 능력, Cas7-11의 RNA 편집 가능성은 향후 연구에 많은 영감을 줄 수 있어요.
다음 편에서는 지금까지 연구와 실험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Class 2 시스템, 특히 Cas9, Cas12, Cas13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게요. CRISPR를 실험에 적용하고 싶다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내용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