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1편 : 실험에 맞는 항생제 선택법
플라스미드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antibiotic resistance gene)예요.
분자생물학 실험에서는 플라스미드를 세균에 도입하고, 그 플라스미드를 가진 세균만 선별해서 키워야 하죠. 이때 사용하는 것이 항생제예요. 세균이 살아남으려면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 저항성은 보통 플라스미드에 탑재된 유전자에서 유래해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생제는 암피실린(ampicillin), 카나마이신(kanamycin), 클로람페니콜(chloramphenicol),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 등인데요, 각 항생제마다 작용 방식도 다르고, 대응하는 저항성 유전자도 달라요.
예를 들어, 암피실린 저항성 유전자는 bla 유전자예요. 이 유전자는 β-lactamase라는 효소를 만들어 암피실린을 분해해요. 반면 카나마이신 저항성 유전자는 nptII인데, 이건 항생제가 리보솜에 결합하지 못하게 해서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는 효과를 막아요.
그런데 항생제는 아무거나 골라도 되는 게 아니에요. 사용할 세균 균주(host strain)에 따라, 또 실험의 조건에 따라 선택이 달라져야 해요.
예를 들어, 어떤 균주는 이미 특정 항생제에 자연 저항성을 갖고 있어서, 그 항생제를 써도 선별 효과가 없을 수 있어요. 이럴 땐 다른 항생제를 써야 하죠.
또 항생제의 안정성도 중요해요. 암피실린은 액체배지에서 오래 두면 분해돼서 선택 효과가 떨어져요. 그래서 더 안정적인 카르베니실린(carbenicillin, 위 그림)을 대신 사용하기도 해요.
플라스미드를 동시에 두 개 이상 사용하는 실험에서는 특히 더 주의가 필요해요. 각 플라스미드마다 다른 항생제 저항성을 부여해야 어떤 플라스미드가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하나는 암피실린, 다른 하나는 클로람페니콜을 사용하는 식이죠. 만약 같은 항생제를 쓴다면 어떤 플라스미드가 들어있든 관계없이 살아남을 수 있어서, 실험 결과 해석이 어려워져요.
또한 플라스미드 copy number와 항생제 선택도 연관이 있어요. 고 copy 수를 가진 플라스미드는 많은 양의 항생제 저항성 단백질을 생산하기 때문에 항생제에 잘 살아남지만, 저 copy 수 플라스미드는 그렇지 않아서 항생제 농도 조절이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어요.
이처럼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는 단순히 플라스미드에 붙여주는 요소가 아니라, 전체 실험의 신뢰성과 성공률을 좌우하는 핵심 도구예요. 다음 글에서는 항생제별 특징, 세포 배양 시 주의점, 실험 상황에 따른 선택 기준까지 더 자세히 다뤄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