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10편 : 염기 교정(base editing) - AYBE, gGBE, gTBE
그동안 우리는 CBE, ABE, 그리고 CGBE 같은 염기 편집기를 통해 DNA 안의 특정 염기 하나를 정밀하게 바꾸는 기술을 알아봤어요.
CBE는 C를 T로, ABE는 A를 G로, CGBE는 C를 G로 바꿔줄 수 있었죠. 이 기술들 덕분에 유전질환 연구, 모델 동물 제작, 치료 후보 개발 등이 훨씬 정밀해졌어요.
그런데 여전히 한 가지 한계를 넘지 못한 영역이 있었어요. 바로 모든 종류의 염기 간 전환(base transversion)이에요.
기존 기술은 염기 내 같은 그룹 간 바꾸는 ‘트랜지션’은 잘 처리했지만, 퓨린(A, G)과 피리미딘(C, T)을 서로 교환하는 ‘트랜스버전’은 거의 불가능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유전질환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중 상당수는 바로 이 트랜스버전 유형이에요.
이제 연구자들은 그 장벽을 넘기 시작했어요. 최근 개발된 범용 염기 전환 편집기(any-base transversion editor)는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염기 간 변환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어요. 이 기술들은 특정 염기를 ‘지우고’, 세포가 자체적으로 염기를 다시 채워 넣는 DNA 수선 메커니즘을 활용해요.
어떻게 작동할까?
범용 염기 전환 편집기의 기본 아이디어는 이래요.
우선, Cas9 nickase 같은 유전자 안내 도구를 이용해서 원하는 위치로 접근한 뒤, 특정 염기(A, G, C, T 중 하나)를 DNA 글리코실레이스(또는 디아미나제) 효소로 변형하거나 제거해요. 그렇게 되면 해당 위치는 무염기(abasic) 상태가 되고, 이 자리를 세포가 스스로 수선하려 할 때 C, G, T, A 중 새로운 염기가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에요.
이런 기술을 활용하면 단순히 A를 G로, C를 T로 바꾸는 것을 넘어서, A를 C나 T로, G를 C나 T로, T를 C나 G로 바꾸는 것까지 가능해졌어요.
구체적인 기술 몇 가지
A→C/T 변환
아데닌을 변형시킨 뒤, N-메틸퓨린 DNA 글리코실레이스(MPG)가 작용해서 A를 제거해요. 그 빈자리에 C나 T가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거예요. 이런 도구를 AYBE(adenine transversion base editor)라고 불러요.
G→C/T 변환
마찬가지로 G를 표적으로 MPG가 작용해서 G를 제거하고, 그 자리를 세포가 수선할 때 다른 염기가 들어오게 해요. 이 방식은 gGBE라고 불러요.
T→C/G 변환
T를 대상으로 작용하는 글리코실레이스, 예를 들면 TDG(thymine DNA glycosylase)나 이를 변형한 버전을 이용해서 T를 제거하고, 세포가 다른 염기로 채우도록 해요. 이를 gTBE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들 편집기의 공통점은 타겟 염기를 화학적으로 제거하거나 바꾼 후, 세포가 복구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염기를 삽입하도록 유도한다는 거예요. 완벽하게 원하는 염기만 넣는 건 어렵지만, 특정 조건과 서열 문맥에 따라 원하는 변환 확률을 높일 수 있어요.
기술적 한계
이런 트랜스버전 편집기들은 정말 흥미롭고 강력한 도구지만, 아직은 개선해야 할 점도 많아요.
우선, 편집 효율이 기존의 CBE나 ABE보다 낮은 경우가 있고, 무작위적인 복구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염기 삽입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또한 세포의 종류에 따라 수선 효소의 활동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에디터를 사용해도 세포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요.
그리고 여전히 특정 염기만 선택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워서, 한 자리에 여러 결과(예: A→C 또는 A→T)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후속 분석과 스크리닝이 중요해요.
이런 새로운 에디터들은 우리가 유전체를 다루는 방식을 바꾸고 있어요.
기존에는 제한된 염기만 바꿀 수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염기를 거의 모든 다른 염기로 바꾸는 게 가능해졌어요. 물론 효율과 정확도는 더 높아져야 하겠지만, 연구자들에게는 엄청난 가능성을 제공하는 도구예요.
앞으로 유전 질환 치료를 위한 ‘딱 맞는’ 염기 교정이나, 유전자 기능 연구를 위한 정밀한 모델 제작이 훨씬 쉬워질 수 있어요.
어쩌면 몇 년 안에, 염기 단위 수준에서 완벽하게 DNA를 디자인하는 세상이 열릴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