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9편 : 염기 교정(base editing) - CGBE
우리가 앞서 이야기했던 CBE와 ABE는 정말 멋진 유전자 교정 도구였어요. 각각 C를 T로, A를 G로 바꿀 수 있었죠.
그런데 여기엔 아주 중요한 한계가 있었어요. 바로 C를 G로 바꾸는 ‘트랜스버전’은 불가능했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사람의 유전 질환 중에는 C에서 G로 바뀐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꽤 많아요. 하지만 기존의 염기 교정기들은 ‘같은 계열’의 염기만 바꾸는 트랜지션(base transition)만 가능했기 때문에, 이처럼 퓨린과 피리미딘이 서로 바뀌는 트랜스버전(base transversion)은 교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연구자들이 고민한 거예요.
"과연 C를 G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도구는 없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등장한 기술이 바로 Cytosine to Guanine Base Editor, 줄여서 CGBE예요.
CGBE는 어떻게 다를까?
CGBE는 기본적으로 CBE처럼 Cas9 nickase와 cytidine deaminase를 기반으로 해요. 이 도구는 DNA 상의 C를 U(우라실)로 바꾸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기존의 CBE는 U를 그대로 두면 세포가 T로 인식하게 되니까 결과적으로 C→T 변환이 일어났어요.
하지만 CGBE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요.
U가 생긴 다음, 거기에 특수한 효소인 uracil DNA glycosylase가 작용해서 그 자리에 있는 U를 아예 제거해버려요. 그러면 그 자리는 무염기 자리(abasic site)가 되는데요,
세포는 이 빈자리를 복구하려고 하다가 G를 넣어주는 경우가 많아요.
이 과정을 유도하는 것이 바로 CGBE의 핵심이에요.
결과적으로 C를 U로, U를 비우고, 빈자리를 G로 채우는 과정을 통해 C→G 편집이 가능해진 거예요.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
CGBE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손도 못 대던 C→G 변이에 대한 연구와 교정이 가능해졌어요. 특히 유전 질환 모델링에 정말 유용한데요, 동물 모델에서 C→G 돌연변이를 정확히 재현해서 질병을 연구하거나, 반대로 돌연변이를 교정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어요.
게다가 식물, 미생물, 산업용 세포주에서도 정밀 개량이 가능해졌어요.
예전에는 유전자 전체를 바꾸거나 일부를 잘라야만 가능했던 작업들이, 이제는 딱 하나의 염기만 바꾸는 방식으로 훨씬 정밀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죠.
조심할 점?
물론 CGBE도 아직 완벽한 기술은 아니에요.
첫째, 편집 가능한 위치와 주변 서열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모든 C를 G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효율은 서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일부 서열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요.
둘째, 기존의 CBE와 마찬가지로 off-target 효과도 조심해야 해요.
U를 제거하고 그 자리를 비워버리는 작업은 세포에게 ‘응급 수리’를 요구하는 셈이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염기가 들어갈 가능성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해요.
그래서 실험 후에는 반드시 시퀀싱 분석이나 NGS 등을 통해 원하는 위치가 정확히 교정되었는지, 주변에 다른 변화는 없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CBE와 ABE가 ‘염기 교정의 시대’를 열었다면, CGBE는 그 흐름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킨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 우리는 염기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유전 정보를 정밀하게 수정하거나, 복잡한 질환을 연구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앞으로는 CGBE처럼 더 다양한 염기 간 전환이 가능한 교정 도구들이 개발될 거예요. DNA를 자르지 않고도, 원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