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텐] 2편 : 셀리악병 – 글루텐이 진짜 독이 되는 병
많은 사람들이 밀가루를 먹으면 속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그중 일부는 단순한 소화불량이 아니라, 정말로 글루텐이라는 성분에 대해 심각한 면역 반응을 보이는 질환을 앓고 있을 수 있어요. 그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셀리악병(Celiac disease)’이에요.
셀리악병은 흔히 “글루텐 불내증”이라고도 불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단순한 소화장애가 아니에요. 글루텐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상당히 특이한 소화기 질환이에요. 글루텐은 밀, 보리, 호밀 등의 곡물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 특히 글루텐 중 ‘글리아딘(gliadin)’이라는 성분이 셀리악 환자들에게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주범이에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글루텐을 먹어도 면역계가 문제 삼지 않지만, 셀리악병 환자의 면역체계는 글루텐을 외부의 적으로 잘못 인식해요.
그리고 글루텐을 제거하려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의 장 점막을 공격하게 되죠. 이로 인해 소장의 융모(villi)라는 미세한 돌기 구조가 손상돼요. 이 융모는 영양분을 흡수하는 중요한 구조인데, 평평해지고 없어지면 음식 속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게 되죠.
셀리악병의 대표적인 증상
그 결과, 셀리악병 환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지속적인 설사 또는 변비
복부 팽만, 복통, 방귀
체중 감소
철분 결핍성 빈혈
피로, 무기력
피부 발진(특히 유두 모양의 가려운 발진)
어린이의 경우 성장 지연 또는 체중 증가 지연
더 심한 경우에는 골다공증, 불임, 신경 증상까지 생기기도 해요. 이처럼 셀리악병은 단순히 “속이 불편한 병”을 넘어서, 우리 몸의 전반적인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이에요.
그렇다면 왜 이런 병이 생기는 걸까요?
셀리악병의 원인은 ‘유전적 소인’과 ‘환경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특히 HLA-DQ2 또는 DQ8이라는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서만 이 병이 발병한다고 해요.
이 유전자는 인구의 약 30~40%가 갖고 있지만,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셀리악병이 생기는 건 아니에요. 실제로 발병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약 1% 정도로 추정돼요.
그렇다면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 중 어떤 이들이 셀리악병에 걸릴까요? 연구에 따르면, 장 감염, 출산 후 또는 스트레스 등 면역계를 자극하는 사건이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해요. 또 아기 시절 너무 이른 시기에 글루텐 식품을 접하거나, 너무 늦게 접한 경우에도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요.
치료법?
현재로서는 셀리악병을 완치하는 약물이나 수술은 없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어요. 바로 글루텐을 완전히 끊는 것이에요. 다시 말해, 밀, 보리, 호밀 등 글루텐이 들어간 음식을 평생 동안 먹지 않는 겁니다.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빵, 파스타, 국수, 튀김옷, 간장, 맥주 등 수많은 음식에 글루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은 글루텐 프리 식단을 위한 대체 식품도 많이 나와 있어서 예전보다 선택지가 훨씬 다양해졌어요. 쌀, 감자, 옥수수 같은 글루텐 없는 곡물로 만든 빵, 파스타도 있고, 글루텐 프리 간장이나 맥주도 나와 있어요. 중요한 건 아주 소량의 글루텐도 장에 손상을 줄 수 있으니,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특히 간장, 소시지, 라면 스프처럼 생각지 못한 식품에도 밀가루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외식을 할 때도 글루텐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선택하려면 조리 방식이나 재료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자신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에요.
정리하자면, 셀리악병은 글루텐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장을 손상시키는 자가면역 질환이에요. 증상은 장뿐 아니라 온몸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진단되지 않으면 건강을 오랫동안 해칠 수 있어요. 하지만 진단을 통해 글루텐 프리 식단을 철저히 지키면 대부분의 증상이 호전되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어.
다음 편에서는 셀리악병은 아니지만, 글루텐을 먹으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 – 바로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증(NCGS)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혹시 나도 그런 건 아닐까?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