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성 프로모터(inducible promoter)
분자생물학 실험을 하다 보면, 특정 유전자가 세포에서 얼마나 발현되는지 조절하고 싶을 때가 많아요.
너무 많이 발현되면 세포가 죽거나 이상 반응이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적게 발현되면 신호가 약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죠.

이럴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게 바로 유도성 프로모터(inducible promoter)예요. 이름 그대로 ‘유도해서 켤 수 있는 스위치 같은 프로모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유도성 프로모터란 무엇인가?
일반적인 프로모터는 특정 유전자가 항상 일정하게 발현되도록 유도해줘요. 하지만 유도성 프로모터는 외부에서 특정 물질이나 조건을 줘야만 유전자가 발현되도록 설계돼 있어요. 마치 조명 스위치처럼, 필요할 때만 ‘딸깍’ 켜고, 나중에는 꺼버릴 수도 있는 시스템이죠.
이런 방식은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유용해요:
특정 유전자가 세포 독성을 유발하는 경우
실험 시간을 조절하고 싶은 경우
유전자의 단계별 기능을 연구하고 싶은 경우
유도성 프로모터의 대표적인 예시들
Lac 오페론 (IPTG 유도)

가장 유명한 유도성 시스템 중 하나예요. E. coli에서 유래한 lac 프로모터는 IPTG라는 인공 유도제를 만나면 작동을 시작해요. IPTG는 실제 유당과 비슷하게 작용하지만, 분해되지 않아서 유전자 발현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줘요.
이 시스템의 장점은 사용이 간편하고 세포 성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거에요.
다만 단점은 누출(leaky expression)이 발생할 수 있어요. 즉, 유도제를 넣지 않아도 유전자가 살짝 발현되기도 해요.
Tetracycline 유도 시스템 (Tet-on/Tet-off)

테트라사이클린이나 그 유도체인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을 사용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시스템이에요.
Tet-on: 독시사이클린이 있을 때 유전자가 켜져요.
Tet-off: 독시사이클린이 없을 때 유전자가 켜져요.
이 시스템은 사람 세포를 포함한 진핵세포 실험에서도 자주 사용돼요. 발현 조절이 정밀하고 비교적 누출이 적어요.
Heat-shock promoter (열 유도)
고온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현되는 heat-shock protein(HSP) 유전자의 프로모터를 이용해요. 일정 온도 이상에서만 유전자가 켜지기 때문에, 물리적인 조건으로 조절할 수 있어요.
하지만 모든 세포가 열에 잘 견디는 건 아니기 때문에 주의해서 사용해야 해요.
Chemical-inducible promoters
에스트라디올, 쿠마르산(cumate), RU486 같은 소분자 화합물로 조절되는 유도성 프로모터도 있어요. 이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술이지만, 세포 특이적이거나 조건 제한적인 유전자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유도성 프로모터, 어떻게 고르면 좋을까?
유도성 프로모터를 선택할 때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보는 게 좋아요.
세포 독성 여부
유도제가 세포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조절 민감도
유도제 농도를 조절하면 발현 정도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지
누출 정도
유도제를 넣지 않아도 유전자가 발현되는 경우가 있는지
타겟 세포의 종류
박테리아용 프로모터인지, 진핵세포에서도 작동하는지
실험 환경
온도, pH, 배지 성분 등이 발현에 영향을 주는지
유도성 프로모터는 유전자 발현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도구예요. 연구자가 유전자의 기능을 시간별, 조건별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기초 생물학 실험부터 치료용 유전자 발현 조절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어요.
만약 여러분이 “이 유전자, 세포에 계속 발현되면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라고 고민하고 있다면, 유도성 프로모터를 꼭 고려해보세요. 스위치를 하나 달아주는 것만으로도 실험의 안정성과 정밀도가 훨씬 높아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