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람양성균 vs. 그람음성균, 뭐가 다를까요?
생물학이나 미생물학 수업을 들을 때, 또는 실험실에서 플라스미드를 다루다 보면 꼭 듣게 되는 말이 있어요.
바로 그람양성균(Gram-positive)과 그람음성균(Gram-negative)이라는 용어예요. 얼핏 보면 그냥 염색 색깔의 차이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둘은 세포벽 구조, 항생제 감수성, 플라스미드 사용법까지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오늘은 이 두 박테리아의 차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볼게요.
그람 염색?
먼저 ‘그람(Gram)’이라는 말은 이 염색법을 개발한 덴마크의 미생물학자 ‘한스 크리스티안 그람’의 이름에서 유래됐어요. 이 염색법은 박테리아를 염색해서 현미경으로 볼 때 세포벽 구조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이용해요.

그람양성균은 염색 후에 보라색으로 보이고,
그람음성균은 염색 후에 분홍색(또는 붉은색)으로 보여요.
이 차이는 단순한 색깔 차이가 아니라, 세포벽 구조의 큰 차이에서 비롯돼요.
그람양성균은 어떤 구조인가?

그람양성균은 세포벽이 두껍고, 펩티도글리칸 층이 매우 풍부해요. 펩티도글리칸은 당과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그물망 같은 물질인데요, 이게 세포를 보호하고 형태를 유지하게 도와줘요. 이 구조 덕분에 보라색 염료가 세포 안에 머무르게 되어 염색 후 보라색으로 보이게 돼요.
대표적인 그람양성균으로는 Bacillus subtilis(고초균), Staphylococcus aureus(황색포도상구균) 등이 있어요.
그람음성균은 어떤 구조인가?
그람음성균은 펩티도글리칸 층이 아주 얇고, 그 바깥에 추가적인 외막(outer membrane)이 있어요. 이 외막은 지질다당류(LPS)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포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더 강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요.
염색 과정에서는 외막이 보라색 염료를 쉽게 씻겨나가게 만들기 때문에, 이후 붉은색 계열의 염색약이 잘 들어가서 분홍색으로 보이게 되는 거예요.
대표적인 그람음성균에는 Escherichia coli(E. coli), Pseudomonas aeruginosa, Salmonella spp. 등이 있어요.
두 균의 차이는 플라스미드 실험에도 영향을 줘요
많은 분들이 세균에 플라스미드를 도입해서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실험을 하죠. 이때 사용되는 벡터들도 균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대부분의 클로닝 벡터는 그람음성균(E. coli)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E. coli는 실험실에서 키우기 쉽고, 플라스미드 복제가 잘 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람양성균에 플라스미드를 넣고 싶다면, 그람양성균 전용 벡터를 써야 해요. 두 균은 복제 기작이나 항생제 감수성이 달라서, 단순히 벡터만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프로모터, 복제 기점(ori), 선택 마커 등이 그람양성균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맞춤 설계돼야 해요.
예를 들어, pHT 벡터나 pUB110 같은 벡터는 그람양성균인 Bacillus 속에서 잘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어요.
항생제 내성도 차이가 있어요
재밌는 점은 항생제에 대한 민감도도 달라요. 예를 들어, 그람양성균은 외막이 없기 때문에 펩티도글리칸을 표적으로 하는 항생제(예: 페니실린)에 더 잘 반응해요. 반면 그람음성균은 외막이 방어벽 역할을 해서, 일부 항생제가 세포 안으로 잘 들어가지 못해요.
그래서 항생제를 선택할 때도 그람양성인지 음성인지에 따라 종류와 농도를 달리해야 하죠. 실험실에서 항생제를 사용해 플라스미드를 가진 세균만 선택할 때 이 점을 꼭 고려해야 해요.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은 세포벽 구조뿐만 아니라, 실험 조건과 유전자 조작 방식까지 모두 다르게 작동해요. 염색 색깔만 다르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두 균의 차이를 잘 이해하면, 더 효율적인 플라스미드 실험을 설계할 수 있고, 항생제 처리나 단백질 발현 조건도 훨씬 잘 맞출 수 있죠.